나의 작업은 그저 사소한 시각들로부터 시작한다.
나의 사소한 시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장면의 기록. 그것이 이 작업의 첫 시작이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래를 들었던 과거의 계절, 날씨, 기분, 상황, 냄새, 감정들이 그 노래와 함께 떠오를 때가 있다.
나에게는 사진 역시 그렇게 다가온다. 나중에 그 장면을 다시 보았을 때, 장면을 찍을 당시 나의 상황과 감정, 그 날의 계절, 순간의 냄새들이 떠오른다.
일상 속에서 발견한 우연한 시선, 기록하고 기억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그런 특별한 장면들, 익숙한 장소들에서 느껴지는 낯섬. 그런 것들이 내가 그림을 그리게 한다. 

나의 작업엔 여러 단계가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사진 찍기다. 이때의 사진 찍는 행위는 그림을 위해 계산된 찍음이 아니라 그 순간의 장면을 담으려는 목적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그 장면을 찍을 때 내가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는지, 그 장면을 보고 어떤 생각과 감정이 들었는지 코멘트와 함께 sns에 업로드 한다. 이것 또한 작업을 위한 행위는 아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생성된 나의 습관이다. 이렇게 모아진 장면들중에 그릴 것을 고른다.
그리고 캔버스에 옮긴다. 이 때 미리 스케치를 하지 않고 바로 색을 칠하며 그려간다. 그 장면의 완벽한 재현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그 장면에 대한 색, 감정들을 오롯이 느끼며 그려가기 위해서이다. 
나의 작업과 스토리를 보고, 듣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길을 걷다가 느꼈던 낯섬이나, 익숙함 속에 존재하는 특별함 같은 것들. 모두 경험하고 있었지만 꺼내오지는 못했던 것들. 
이렇게 나의 작업은 직감적으로 파악된 것을 표현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감정의 현실화가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그림에서 보이는 울렁이는 듯 한 양감들은 내 기억의 흐름이다. 내가 기록한 순간들의 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여전히 나의 기억속에서 나를 활발히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간을 시각화 한다는 것에서 풍경화로, 전체가 아닌 일부 사물을 담는데에서 정물화로도 보이지만, 내 작업의 주제는 ‘시선 자체’이다. 나의 보이는 모습이 아닌 ‘보이지 않는 나’, 외면의 자화상이 아닌 내면의 자화상을 그리는 과정들. 그것들이 모두 모여 하나의 내가 되어간다. 
나는 어떤 장면들로 살았는지, 살아가고 있는지. 그 흐름들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것. 그것이 내 작업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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