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전시 '할 말이 많은 산책자'를 통해 산책을 더 깊이 탐구하고자 한다. 내 작업의 근원이 산책이라는 점 또한 이 전시를 통해 확신했다. 산책의 '산'은 흩어질 산으로 흩다, 헤치다, 풀어놓다 등의 의미를 가진다. 산책은 매여있던 생각으로부터 놓여나는 것, 시간에 구속 당하지 않는 것이며 달리 목적지가 없이 걷는다는 것도 놓여남의 일종이다. 세상이 마련해둔 볼거리를 좀 더 '잘' '제대로' 보고 싶다. 작품 중 혼자하던 산책과 달리 좀 더 주목받지 못한 것들에 주목한 작품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나의 개와 함께한 산책에서 발견한 것들이었다. 개와 함께하는 산책은 때로는 내가 가려던 길이 아닌 곳으로 가기도 하고 걷지않을 때도 있다. 익숙했던 것들은 낯선 면을 드러낸다. 

길위의 것들: 이 마주침은 예상하지 않아도 온다. 강아지와 산책을 할 때도, 바쁜 일로 걸어갈 때도, 고민이 있을 때도, 햇살을 느낄 때도 마주칠 수 있다. 이 친구들은 풀과 길 위에서, 차 밑에서, 지붕 위에서, 나무 위에서 조용히 존재를 드러내곤 한다. 마주치는 순간, 아주 짧지만 순간의 느림을 느낀다. 그들의 눈을 마주본 순간에 햇살, 냄새, 바람이 느리게 움직인다. 사사롭고 따뜻한 이 순간은 이렇게 길을 걷다가 만나게 된다. 갑자기 다가오는 것들 중 가장 말갛다. 그래서 그 순간에 온전히 섞인다. 인사를 건내본다. '안녕'하고 또 보자고. 마치 알아들었다는 듯, 순간은 지나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이제 다시, 발이 움직인다.

노동: 작품에서 노동자들은 평범한 일상속에서 그들의 일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존재하며 그들로 인해 유지되는 일상과 함께 보여진다. 누군가의 노동으로 유지되는 나의 삶, 나의 노동으로 유지되는 누군가의 삶. 지나가다 발견한 이 당연한 관계가 새삼스럽게 눈에 띈다. 우리는 모두 어떠한 형태로 분명하게 노동자로서 이 시대에 존재하고 있다. 더 또력하고 촉촉하게, 잘 보이지 않는 그것들을 붓질하며 함께 더 빛나기를 바라고 있다. 

사물: 사물을 통해 개인의 삶을 탐구했다. 물질 세계에 있는 모든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존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인 '사물'은 나에게 무생물임에도 각자 고유의 삶을 가지게 된, 쓰임과 이야기가 살아있는 존재로 감각되어 표현된다. 오랜시간 이미 수집되어 왔지만 또다른 이야기로써 한번 더 수집된 이 사물들은 각자의 고유성을 가진 새로운 이름으로 기록된다. 사물의 새로운 이름은 이들의 이야기에서 온다. 사라진 배경위에 존재하는 사물은 오롯이 그 사물과 이름만으로 삶을 상상하게 한다. 관람자는 그것들을 보며 나에게도 그러한 존재가 있는지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새로운 감각으로 일상과 삶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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