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위의 고양이⎬
2022.05.04 - 05.29
갤러리 사진적
이 마주침은 예상하지 않아도 온다. 강아지와 산책을 할 때도, 바쁜 일로 걸어갈 때도, 조금 우울한 고민이 있을 때도, 햇살을 느낄 때도 마주칠 수 있다. 이 친구들은 풀과 길 위에서, 차 밑에서, 지붕 위에서, 나무 위에서 조용히 존재를 드러내곤 한다.
마주치는 순간, 아주 짧지만 순간의 느림을 느낀다. 그들의 눈을 마주본 순간에 햇살, 냄새, 바람이 느리게 움직인다. 그 때 만큼은 그저 저 녀석의 눈 색이 어떻고 몸집이 얼마나 큰지, 뭘하고 있었는지 어디에 사는 녀석인지 같은 지극히 고양이스러운 생각들만 든다. 사사롭고 따뜻한 이 순간은 이렇게 길을 걷다가 만나게 된다. 갑자기 다가오는 것들 중 가장 말갛다. 그래서 그 순간에 온전히 섞인다. 그들의 옷 색에 맞춰 이름을 달리 불러주며 인사도 건네어본다. 안녕하고 또 보자고. 마치 알아들었다는 듯, 순간은 지나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이제 다시, 발이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