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경기에코뮤지엄
장윤지 개인전 〖할 말이 많은 산책자〗

2024. 10.12 - 10.22
아트볼 프로젝트
윤지작가에게

윤지작가, 안녕하세요.
오늘은 처음으로 윤지작가에게 편지를 쓰는 날입니다.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기에는 어제도 만나고 내일도 만나야 하는 가까운 사이이긴 하지만 오늘은 만나지 않으니, 편지를 써도 괜찮은 이유가 조금은 생겼을까요? 오늘은 그냥 그런 날입니다. 느닷없이 윤지작가가 생각나는 날.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 날. 그런 날입니다.

작업실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다 이 동네와 이 공간에서의 처음을 떠올립니다. 저는 7년 전 우연히 이 동네로 흘러들어와서는 지난겨울에는 작업실까지 이곳에 둥지를 텄습니다. 윤지작가의 도움 덕에 지난겨울 새 작업실 구하기 작전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그 겨울 제 곁에서 손바닥만 한 블루 수첩을 꺼내 들고 무언갈 열심히 적는 당신이 참 고맙고, 귀여웠습니다.

윤지작가. 우리가 처음 만난 것도 여기처럼 오래된 동네에서였습니다. 당신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때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 보고 인사를 나누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저는 재개발을 앞둔 3층 빈집에서 아이들과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고, 윤지작가는 3층 빈집의 전시 운영팀으로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게 벌써 4년 전의 일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인연이 되어 종종 만나는 사이가 되고, 이제는 누구보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미주알고주알 일상을 전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어쩐지 우리 사이에는 시간이 빠르게 지난다는 말보다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작년보다 더 깊게 서로를 가늠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우리 사이는 왜 이렇게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제가 생각한 한가지 이유는 우리 두 사람 모두 오래된 동네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오래된 동네를 사랑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이야기와 작업 그리고 일상으로 자꾸만 끌고 들어옵니다. 길을 걷는 순간에도 자꾸만 동네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요. 제가 이 오래된 꽃동네에 작업실을 이사한 이유도 그런 것이겠지요? 윤지작가가 일상을 수집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도 그런 것이겠지요? 윤지작가와 저는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지만(작업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윤지작가의 그림을 보면 당신의 시선이 어디쯤에 닿고 있음이, 제 안에서도 존재하는 듯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대화는 끝도 없이 이어지나 봅니다. 이게 우리 사이가 깊어질 수밖에 없던 이유인 것입니다.

요즘 저로 인해 꽃동네에 윤지작가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자연스레 이곳에서의 일상이 당신의 작업으로 닿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꽃동네는 오래되고 단순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여운 구석이 속속 숨어있는 사랑스러운 동네입니다. 윤지작가라면 분명 그것들을 수없이 발견해 내고야 말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당신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싶어집니다. 저에게 익숙한 풍경을 당신의 시선으로 다시 전해 듣는 일은 또 얼마나 낯설고도 새로울까요?

오랜만에 작업실 창문 앞에 앉아 꽃동네를 내려다보니 어느새 여름이 한가득입니다. 윤지작가! 이제 완연한 여름인가 봅니다. 저는 여기에서 일곱 번째 여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은 윤지작가와 함께 보낼 수 있어, 익숙한듯 새로운 여름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여름이 한가득인 꽃동네에서 우리는-당신은-무엇을 보고-듣고-담게-될까요?

     
                                                                                                                                                             2024년 여름의 한 가운데에서.
                                                                                                                                                                                         조은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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