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미술도서관 오픈스튜디오 결과보고 기획전시
【도서관 속 작업실】
2021.03.24 - 06.23
의정부미술도서관

의정부미술도서관은 2019년부터 신진 작가를 지원하는 <오픈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의정부미술도서관 있다. 매년 6개월 단위로 공개모집을 통하여 역량 있는 2명의 신진 작가를 선발한다. 학예연구사 오픈스튜디오는 개인전 이력이 없는 신진 작가를 대상으로 하며, 1차 서류심사, 2차 작가 발표 심사를 통한 공정한 과정을 거친다. 매회 10명 안팎의 작가들이 지원한 바 있으며, 1기와 2기에 이어 현재 3기 작가가 선발되어 활동하고 있다. 선발된 작가는 6개월간 의정부미술도서관 3층 작업실 공간을 사용하게 되며, 그 외 재료비, 예비 작가 프로그램,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 결과보고 기획전시 등을 지원받는다.
『도서관 속 작업실』은 오픈스튜디오 1, 2기 작가들의 결과보고 기획전시다. 1기 박세리, 장유정, 2기 맨디리, 장윤지 총 4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회화, 오브제 등 8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관은 총 4개의 공간으로 구획되어 있으며, 4명의 작가가 각자 하나의
공간을 온전히 맡아 전시의 집중도를 높였다. 천장까지 벽을 높게 세운 4개의 공간은 각각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양쪽으로 문을 내어 어느 곳으로도 통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연결하였다. 또한 각 작가의 작품이 뚜렷한 개성과 존재감을 가지고 있어 작품의 특성에 맞게 공간을 다르게 연출하였으며, 회화 및 오브제들은 본인만의 선명한 아우라로 공간을 채우고 있다.
박세리 작가는 내면의 감정을 유동적인 흐름으로 표현한다. 작가가 직접 조색한 색과 우연의 효과, 감정과 생각의 흐름이 화면 안에서 만나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조화로운 색들의 마블링은 안료, 물감, 잉크와 레진을 적절한 비율로 배합하여 얻은 최적의 비율로 완성된다. 뿐만 아니라 뿌리고, 흩날리는 기법을 사용하여 수 없이 켜켜이 쌓아 올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작업의 단계와 기법들이 고스란히 보이는데, 작가의 기나긴 인내와 수고로움으로 완성됨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오직 그림을 그릴 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 가장 진실된 나를 마주하며, 그 과정에서 무한한 영감을 얻는다. 다채로운 색들의 조화와 레진을 사용하여 얻은 단단한 표면은 마치 빨려 들어갈 듯한 에너지의 응축으로 끝없이 작품에 몰두하고 집중하게 한다.
장유정 작가는 여행을 통하여 얻은 가장 인상 깊은 두 공간을 결합한다. 직접 바닷속에 들어가서 본 지형과 높이가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그랜드 캐니언이다. 작가는 완전하게 다른 두 공간을 체험적 경험을 통하여 원래 존재했던 것처럼 하나의 장소로 자연스럽게 결합하였다. 이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구분하고 정의함이 절대적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존에 절대적이라 여기던 것을 벗어나 변화의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작가는 동양화 전공으로 물감이 아닌 분채 안료를 사용하여 진채 채색을 한다. 분채를 아교물과 혼합 후 물을 넣고 섞은 후 뜬 물만을 쓰는 것이 아닌, 분채가루 전체를 섞어 쓰는 것을 진채라 한다. 분채에 호분이 배합됨에 따라 따뜻하고 잔잔한 색감으로 표현되며, 파스텔 색감으로 밀도 있게 채색한 대지의 표면은 부드러워 보임과 동시에 질감적으로 바위의 단단함까지 느껴진다.
맨디리 작가는 ‘우주의 보물 창고는 마음에 있다.’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작가 스스로가 끝없는영감의원천이되며작가의손길이닿는것은무엇이든작품이될수있다.작가는 어린 시절 이집트에 살았던 경험이 있다. 놀거리가 부족했던 이집트에서 어머니는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주곤 하셨는데, 이는 현재 작가의 예술 방식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밀라노 유학 중 자유로운 시장 풍경에 매료되어 수시로 시장에 들러 싱그러운 과일들을 관찰하고 기록하였는데, 작가에게 이러한 시각적 경험은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정립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종종 달걀판, 버려진 의자, 조명 부품 등으로 오브제를 제작한다. 이 재료들은 작가의 선택을 받기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만큼 조형미를 갖춘 작품이 된다. 또한 무의식적으로 쏟아내는 드로잉들은 형태론적 관점에서 ‘동그라미’와 ‘작대기’로 의미를 부여받아 <동그라미 작대기> 시리즈가 된다. 작가의 오브제와 회화 작품들은 고정적인 관념에서 벗어난 형태감과 경계 없는 매체적 재료 활용으로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다.
장윤지 작가는 일상의 어느 한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하여 작가적 시선으로 캔버스에 담아낸다. 작가의 작품은 마치 SNS에 업로드된 한 컷의 이미지처럼 정사각 프레임에 맞추어져 있다. 작가의 눈이 머무는 곳에는 우연한 시선으로 기록한 따뜻한 일상이 있기도 하고, 누군가는 전혀 관심 없이 지나치는 찰나의 순간이기도 하며, 기록하여 기억하지 않으면 후회가 될 만한 특별한 순간들이 있다. 우선 작가는 이러한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SNS에 업로드하고 그 순간의 감정을 기록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작가는 스케치 없이 화면에 바로 그려내는데, 사진의 재현이 목적이 아닌, 당시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함이다. 또한 캔버스의 표면이 울렁이는 듯한 양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적인데, 이는 당시 감정이 밀려오는 듯한 시각적 효과임과 동시에 그 순간의 ‘기억의 흐름’을 담고 있다.
쉽기 전에는 원래 모든 것이 어렵다고 한다. 오랜 시간 고심하여 작가라는 직업을 택한 이들은 수많은 순간, 끝없는 경쟁과 냉혹한 평가 사이에 놓여진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은 이제막시작한신진작가들이겪는일련의과정속,어려움을나누기위하여 오픈스튜디오를 기획하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도록, 방향을 잃지 않도록, 흘러가는 대로 살아지지 않도록 오픈스튜디오는 작가들의 닻이 되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언제나 격려한다.작가들에게이곳에서보낸매순간들이더나아갈수있는,잘나아갈수있는 동력이 되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지금처럼 치열하게 살아내는 작가로 남아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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